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를 멘토링하거나 심사하다 보면 정말 자주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박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는 것이니, 왠지 공익적인 가치를 살려야 하고 이 사업이 사회에 얼마나 좋은 일을 하는지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대표님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실상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단순히 '좋은 일'이나 '필요한 일'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창업지원사업에 막대한 국가 예산이 쓰이는 진짜 목적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배출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며,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즉, 훌륭한 뜻으로 포장된 자선 프로젝트가 아니라, 치열한 시장에서 실제 '기업'으로서 살아남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여야만 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사업계획서에 "이건 정말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려운 누군가를 도와야 합니다"라고 무작정 호소하는 것은 평가에 별 의미가 없습니다. 냉정히 말해,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입니다"라고 외치는 것조차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본질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시장과 고객의 이야기가 기획서에 담겨야 합니다.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문제를 찾아내고, 거기에 우리만의 기술이 들어가 경쟁력을 만들고, 그 비즈니스가 굴러가는 결과로서 '사회적으로 좋은 의미'까지 덤으로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입니다. 이 순서가 절대 뒤바뀌어선 안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늘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돕겠다거나, 혹은 반대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마인드로 사업을 대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분들은 냉혹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업은 철저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사업'으로만 봐야 합니다.
가끔 예비창업패키지나 초기창업패키지 같은 사업에 합격하신 분들 중, 본인이 기획서에 쓴 '공익적 가치와 선한 의도' 때문에 선정되었다고 굳게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심사위원들은 그 감성적인 포장지 너머에 숨어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이나 아이템의 시장성을 보고 뽑은 것인데, 합격의 원인을 착각하는 것이죠. 만약 그 착각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공익성만 앞세워 회사를 운영하려 든다면, 냉정하게 말해 그 회사는 미래가 없습니다.
정부 지원사업에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육성 트랙이 아예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소셜 벤처 트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착하고 좋은 마음보다는 날카롭고 차가운 시장 논리로 무장하십시오. 여러분의 사업이 어떻게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어떻게 매출을 내어 기업으로서 성장할 것인지를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지원금을 받는 창업가가 서류로 증명해야 할 유일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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